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​DAWN OF JUSTICE

배트맨 V 슈퍼맨

written by. 쿨 @looctwo

     쿵.

     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지는 소리를, 벨저 홀든은 똑똑히 들었다. 누구보다 빠른 그에게, 그 장면이 얼마나 느리게 보였을까. 가슴 한 가운데 뻥 구멍이 뚫린 릭 톰슨의 육체는 보잘것없이 바닥에 쓰러져있다. 먼지와, 그리고 또 부서진 건물잔해들과 함께 바닥을 구르고 있다. 벨저 홀든은 그 광경을 조금 멀리서 바라본다. 절대 죽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존재의 죽음이다. 동시에, 무거운 소리를 내며 안타리우스의 거대한 강화인간 또한 무릎을 꿇고 바닥을 구른다. 릭 톰슨과 그것의 시체는 서로의 반대방향을 향해 머리를 대고 누워있다. 벨저 홀든은 먼저 크게 한숨을 내쉬었고, 이내 이마를 문지르고, 또 끝내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. 빌어먹을. 입새로 욕설이 샜다. 릭 톰슨이 죽었다. 도시가 이제 평화를 찾을 것이라던가, 적을 쓰러트렸다던가, 이제 시작이라거나. 그런 것들보다도 먼저 떠올랐다. 릭 톰슨이 죽었다. 죽어버렸다. 죽었어, 왜? 심장이 꿰뚫려서. 몸이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파편을 맞아. 아아, 벨저 홀든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. 그 자리에 오직 그와, 시체 둘 뿐이다. 벨저 홀든은 릭 톰슨이었던 것을 향해 걷는다. 발걸음은 무거웠고, 그는 그 이상 빠른 걸음으로 걷고 싶지 않았다. 하나, 둘, 셋. 넷. 네 걸음쯤 남았을 때, 벨저 홀든은 다시 한번 멈춰섰다. 바스라진 바닥아래 그가 덕지덕지 시계를 찬 팔이 굴러떨어진다. 벨저 홀든은 그 손을 쥐었다. 질질 끌어 더 아래로 내린다. 릭 톰슨의 시체는 평소의 그보다는 약간 무거웠다. 가슴 한 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상태인데도 불구하고, 릭 톰슨의 얼굴은 마치 잠든것처럼 평온했다. 평온했나? 아니. 그 갈색의 짙은 눈썹이 조금 찡그려져 구겨진 것 외에는, 그래, 평소처럼 평안해보였다. 벨저 홀든이 보고는 했던 그의 늦잠 자는 얼굴과 꽤 비슷했다. 벨저 홀든은 릭 톰슨의 상처를 다시 한번 살핀다. 가슴팍 아래에 손을 대고 그것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. 더 이상 피조차 흐르지 않는 우둘투둘하고 흉측한 상처. 벨저 홀든은 그의 무거워진 몸을 바닥에 내려두고 손을 떼었다. 그리고 제 가슴팍을 짚었다. 먼지구덩이를 구른 것치고는 큰 상처 없이 깨끗한 상태 그대로다. 벨저 홀든은 몇 번이고 제 가슴팍을 문질렀다. 그 어디에도 상처는 없것만, 마치 그 자리에 무언가 있기라도 한것처럼. 다음 순간,

     그는 릭 톰슨의 관이 높이 들어올려지는 광경을 본다.

     그는 사람들의 영웅으로써 무덤 속에 들어간다. 물론, 그의 진짜 몸은 그의 고향집으로 보내어졌지만, 벨저 홀든은 그 자리에는 갈 수 없다. 그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'영웅의 장례식'에 참가할 수 있었을 뿐이다. 국기가 접혀지고, 커다란 포 울리는 소리가 울리고, 엄숙한 분위기에서의 우스꽝스럽고 격식있는 행사. 그 모든것이 끝나고, 벨저 홀든은 아무것도 묻혀있지 않은 릭 톰슨의 무덤 앞에 선다. 짧은 침묵. 벨저 홀든은 이내 둥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. 강화 인간들을 쓰러트릴 또 다른 동료들을 찾을것이고, 아, 또 그리고. 그의 희생에 대해 생각하겠지. 양지의 그가 음지로 떨어진 그 어느 날에 대해서도. 좋지 못했던 처음부터, 어쩌면 손을 잡았던 때, 또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어딘가쯤을,

생각하겠지.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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